제3회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참여수기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품을 공개합니다
아내의 버킷리스트
접수번호 013
아내의 버킷리스트는 한강을 헤엄쳐 건너는 것이었다.
나의 버킷리스트는 아내가 그 꿈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물론 아내는 모른다.
쉬엄쉬엄 한강 3종 소식을 들은 아내는,
지금이 버킷리스트를 이룰 때가 됐다고 했다.
나는 흔쾌히 같이하자고 했다.
40대 중반, 결혼 13년 차 남편의 처세란 그런 것이다.
출처 : 접수번호 013 - 최우수상 수상자 제공
솔직히 말하면 한강이 무서웠다.
수영을 배운 지 3년이 지났지만,
수영장과 한강은 엄연히 다르다.
발이 닿지 않는다는 공포,
물속에 정체 모를 생명체가 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무엇보다 한강 물은 왠지 더럽다는 선입견.
이 세 가지만으로도 수영을 안 할 이유는 충분했다.
그런데,
이미 한강 한가운데서 배영으로 롯데타워를 바라보며,
짧은 낭만을 즐기고 있...
는데 한강물이 입으로 들어와 정신 차리게 만들어줬다.
출처 : 접수번호 013 - 최우수상 수상자 제공
우리가 참여한 날,
바람이 많이 불어 파도처럼 너울이 일었고,
낭만을 즐기기보단 생존 수영에 바빴다.
하지만 곳곳에 배치된 구조요원과 튼튼한 안전 줄 덕분에 무서움은 덜했다.
그리고 우려했던 정체 모를 생명체 따윈 없었다. 휴.
물속에서 앞이 보이진 않아도 불쾌한 냄새가 전혀 없었고,
더럽다는 느낌은 없었다. 한강물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졌다.
출처 : 접수번호 013 - 최우수상 수상자 제공
그리고 이어진 달리기.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기분은 참 묘했다.
빠른 사람, 느린 사람,
그리고 나처럼 애매하게 달리는 사람.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니었다.
그냥 각자의 페이스로, 다 같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축제 이름처럼 그저 ‘쉬엄쉬엄’.
3종 축제의 피날레는 자전거였다.
페달을 밟으면서 처음으로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한강 둔치가 이렇게 예뻤던가.
하늘과 한강도 참 아름답고,
나무들이 이렇게 잘 가꿔져 있었나 싶었다.
수십 년을 서울에 살았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본 적 없는 풍경들이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은 환한 웃음이 있었고,
나도 어느새 따라 웃고 있었다.
중간중간 멈춰 서서 인생 사진도 찍으며,
정말 쉬엄쉬엄 달렸다.
출처 : 접수번호 013 - 최우수상 수상자 제공
완주 메달을 목에 걸고 아내와 나란히 섰다.
아내의 버킷리스트를 함께 이뤄줬다는 뿌듯함에,
흐뭇한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때 아내가 말했다.
내년엔 오리발 벗고 해보자.
아뿔싸.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아내의 꿈은 계속해서 진화한다는 것을 간과했다.
오리발이 있어도 정신을 못 차렸는데, 없이 하자고?
아내의 반짝이는 눈을 보면 그 누구도 거절할 수가 없다.
“그래, 내년에 제대로 해보자!”
40대 중반 남편의 처세란 역시 이런 것이다.
덕분에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훈련 강도를 높여서, 내년엔 오리발 없이 쉬엄 쉬엄 수영하며,
배영도 하며 주위 풍경과 그 순간의 낭만을 즐길 거다.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에 참여해보라.
빠질 수밖에 없다.
한강에 빠지거나, 매력에 빠지거나.
무조건 빠지게 되어 있다.
출처 : 접수번호 013 - 최우수상 수상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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