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완주보다 완만하게”… 뚝섬에서 걷고, 달리고, 물 위에 뜨다

지난 5월 말의 뚝섬한강공원은 평소보다 조금 더 들떠 있었습니다.
자양역 2번 출구에서부터 이어지는 발걸음엔 설렘이 실려 있었고,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라는 이름처럼 누구 하나 조급한 사람 없이
자기만의 속도로, 제각각의 웃음으로, 한강을 누비는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입장부터 스탬프 랠리까지, 움직이는 축제장

행사장은 예상보다 훨씬 넓고 역동적이었습니다.
입구에서는 스탬프 랠리 종이를 받은 참가자들이 행사장 곳곳을 오가며 도장을 채우고 있었고,
조금만 둘러봐도 ‘이 축제, 진짜 준비 많이 했구나’ 싶은 체험들이 빼곡히 펼쳐졌습니다.
여기선 씨름 체험, 저기선 대형 워터슬라이드, 장미원 쪽에선 K-드라마 테마 놀이까지…
뛰고, 걷고, 보고, 웃고.
그 자체로 ‘쉬엄쉬엄’이라는 말이 왜 이 축제에 붙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내 몸과 맞닥뜨리는 시간, 서울시민체력장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공간 중 하나는 서울시민체력장이었습니다.
‘근력, 유연성, 순발력, 민첩성’ 등 5가지 항목을 정밀 기계로 측정할 수 있었고,
체력 측정표를 받기 전부터 줄이 꽤 길었습니다.
바닥에 매트가 깔려 있고, 담당자들이 자세를 교정해 주며 하나하나 측정해 주는데
다들 진지하게 임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한 어르신께서는 “내 몸 상태를 수치로 받아보는 게 오랜만이라 신기하다” 하셨고,
청소년들은 기록 경쟁이라도 하듯 서로 결과표를 비교하고 있었습니다.
운동이 단순히 ‘열심히’가 아니라, ‘내 몸을 객관적으로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걸 체감할 수 있는 시간.
쉬엄쉬엄 걷다가도, 여기선 다들 자세를 고쳐 앉아 있었습니다.
물 위에서 느낀 진짜 '쉼', 조정·카약·수상자전거 체험


뚝섬 윈드서핑장 근처로 이동하면, 조금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바로 수상 스포츠 체험 공간.
요트, 카약, 수상자전거를 실제로 한강 위에서 직접 탈 수 있는 체험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줄을 서 있으면, 운영요원이 친절히 탑승을 도와주고
한강 수면 위를 스스로 노를 저어가는 순간, 그간의 도시적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렸습니다.
옆에서는 커플이 함께 노를 맞춰가고,
아이와 함께 탄 엄마가 “이거 진짜로 한강이잖아!” 하고 웃으며 외치던 목소리가 여전히 귀에 남습니다.
땀 흘리며 전력 질주하지 않아도,
그저 물 위에 뜨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스포츠가 되고, 힐링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즐기는 법도 저마다 다른, 그래서 더 완벽했던 축제


누군가는 3종 전 종목을 완주하는 걸 목표로 달렸고,
누군가는 워터슬라이드에서 몇 번이고 풍덩 빠지며 하루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공통점은 하나였습니다.
“이걸 왜 경쟁으로만 생각했지?”
빠름보다 느림, 완성보다 경험, 그리고 혼자보다 '함께'가 이 축제의 가장 큰 정답이었습니다.
느낀 점


가끔은 무언가를 끝까지 해냈다는 기록보다,
그 시간에 내가 얼마나 숨을 고르고 있었는지가 더 오래 남을 때가 있습니다.
2025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는, 제게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수백 명이 함께 걷고 뛰고 물 위를 가르는 한복판에서,
속도보다는 숨결을, 경쟁보다는 웃음을 더 가까이서 마주했던 날이었죠.
정확히 언제부터였을까요.
운동은 늘 누군가보다 잘해야만 하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완주’란 단어 앞에서 항상 벅차고 긴장했는데,
이 축제는 ‘완만하게 해도 된다’라고, 천천히 해도 괜찮다고 말을 건네주었어요.
행사장엔 익숙한 사람 하나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외롭지 않았습니다.
서로 다른 구간을 뛰는 사람들이 마치 한강이라는 하나의 물줄기처럼 흘러가는 느낌.
그 흐름 속에서 저도 아주 작은 조각으로 섞여 있었던 기분이 듭니다.
축제는 끝났지만,
이제는 바쁜 하루 속에서도 천천히 걷는 방법을 잊지 않기로 했습니다.
앞만 보고 뛰기보단, 가끔은 한강 바람처럼 옆을 둘러보면서.
쉬엄쉬엄, 제 속도로 살아가기로요.
